부끄럽지만 고향집에서 내 손으로 패드를 사본적이 없었다. 엄마가 아무리 월경의 중요성과 소중함, 아름다움 같은 것을 설명해주셔도 가게에 가서 내가 쓸 패드를 골라 돈을 내고 산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엄마가 안 계시고 패드도 떨어진 날 애써 용기를 내어 사러 갔다가 계산대에 남직원이 있어서 엉뚱한 음료수만 하나 사왔던 기억도 난다. 잘은 몰라도 생리는 부끄럽고 은밀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먹는 것, 입는 것 여러가지가 달라졌지만 또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생리다. 아파오는 허리에 핫팩을 대기 위해 뜨거운 물을 끓여붓고 있다보면 공부하고 있던 내게 오셔서 배에 핫팩을 넣어주시던 엄마가 그리워지기도 했고, 다소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패드를 사들고 자취방으로 돌아올 때는 독립된 여성으로서의 자존감 같은게 조금 생기는 듯도 했다. 달력도 달력이지만 약간의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고 몸에 부종도 좀 생기면 어김없이 생리가 찾아온다는 몸의 변화를 스스로 알게 되면서 내 몸과 가까워 지는 것은 물론  이제는 자연스럽게 생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자취와 함께 서서히 생리도 독립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제는 선배언니와 대화를 하다가 <월경전증후군>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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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무슨 스트레스요?


선배L : 요즘은 '노처녀'소리 때문에... 심지어 <월경전증후군>까지도 내가 서른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변신했어

나 : <월경전증후군>? 처음 듣는 말인데... 생리 전에 우울한 것이라든지 몸이 좀 붓는 증상 정도는 저도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를 증후군이라고 하는거에요?  

선배L : 그런게 맞아. 나는 속이 울렁거리기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성격도 좀 사나워지고 그래. 이게 더 심해지면 <월경전불쾌장애>라고 하는 병이래.

나 : 아... 몰랐어요.


선배L :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은 알지? <생리통>이나 <월경전증후군> 둘다 극심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잖아. 병원에 가봤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난 <월경전불쾌장애>수준은 아니고 그냥 <월경전증후군>이라던데, 요즘 문제는 사춘기때부터 한 달에 일주일 씩 내 몸에 찾아왔던 증상들이 내가 서른이되자 갑자기  '노쳐녀이기때문에 나타나는 증상들'로 치부되고 있다는거야. 그때마다 '나 이틀 있다가 생리하거든요!' 하는 것도 웃기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인정하는 것 같고 은근히 스트레스네. 내가 아줌마가 되면 노처녀 히스테리라던 <월경전증후군>을 뭐라고 부를까? 어쩌면 <월경전증후군>을 주부 우울증이나 폐경이 되려는 신호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껄? 본인조차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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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말을 듣고 <월경전증후군>에 대해 찾아봤더니, <월경전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은 <생리통>과는 전혀 다른 단어로 생리통이 생리를 시작하고나서 겪게 되는 통증을 의미하는데 비해서 생리로 인한 호르몬 변화 때문에 날짜가 다가오면 나타났다가 생리가 시작되면 없어지는 것들 - 우울함, 예민함, 불안감 등의 심리증상과 두통, 유방통 등의 신체적인 증상- 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 그 동안 달력과 더불어 생리가 시작될 것임을 알려주던 약간의 기분변화나 부종 같은 것들이 모두 <월경전증후군>에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월경전증후군>이 아주 심해지면 <월경전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 PMDD)>라는 질환이 나타난단다. 월경주기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 증상 중 한 가지만 갖고 있어도 진단이 가능한 <월경전증후군>에 비해서  <월경전불쾌장애>는 관련된 심한 심리적 증상 한 가지 이상을 포함해서 5가지 이상의 신체/심리적 증상이 나타날 때 진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월경전불쾌장애>는 너무 심하면 성격까지 바뀌고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니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이런 증상들은 엄마가 해주시던 그 방법..핫팩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자연식을 하면 완화 될 수 있다고 한다. 커피나 녹차 같은 카페인, 설탕과 지방 섭취량을 줄이고 심신단련에 모두 좋다는 운동..특히 요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월경전불쾌장애>로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줄 정도라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 내가 하나 몰랐던 사실은 요즘은 피임약이 피임뿐만 아니라 산부인과에서 생리통, 생리불순, 생리전 증후군, 다낭성난소 증후군 등 다양한 여성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피임약 '야즈'는 피임 뿐만 아니라 여드름 및 <월경전불쾌장애>에도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유일한 피임약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조숙한 여자아이들 의자에 빨간 물감을 묻혀놓고는 아이의 바지에 빨간 물감이 묻으면 생리한다며 놀림거리를 만들곤 하던 남자아이들과 어쩔줄 몰라하며 울음을 터뜨리던 여자아이들...이제는 모두가 월경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아는 성인이 되어서도 나를 포함해서 월경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러나...우리가 일반적으로 '히스테리'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것들, 혹은 스스로 의레 '그런 줄' 알았던 것들이 본인은 물론 타인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내 몸을 위해 준비하고 겪고 때로는 친구나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것들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긴 세월동안 어느새 사춘기때에 비해 생리주기가 몰라보게 정확해진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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